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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제프리 앱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넷플릭스 다큐 리뷰

최근 아내가 밝힌 빌 게이츠의 이혼 사실이 그와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관계였다. 제프리 엡스타인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넷플릭스에서 이 다큐를 보게 되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소아성애자로 수백 명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다. <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과거 학교 선생님이었던 그가 어떻게 부를 축적했고, 어떤 식으로 미성년자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미국의 사법부는 얼마나 타락했는지 또 정의가 어떻게 승리하는 지를 4편에 걸쳐 볼 수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라서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정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서 나온 피해자들이 말한 제프리 앱스타인의 수법은 전형적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이용되는 방법과 동일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당장 돈이 필요하거나, 집이 없는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들이 한 번 피해자가 되면 그들의 나체 사진으로 약점을 잡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다. 정말 비열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N번방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유혹했다고 들었다. 오갈 곳 없는 학생들 혹은 당장 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음식 기프티콘으로 그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사진을 인터넷에 퍼뜨린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난 아직도 우리나라의 미성년자 성범죄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온갖 세상 말에 휩쓸리기 쉬운 아이들이 그런 곳이 연루되었는데 정작 정부와 사회는 나몰라라다. 넷플릭스 다큐를 보면서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마 무시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엡스타인에 맞서 아이들을 지키고 대변해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 경찰서장님과 변호사들이었다. 제프리 엡스타인의 권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검찰은 물론 FBI까지 돈으로 입을 닫게 만들어버린다. 어딜 가나 돈과 권력이면 다 눈감아주는 세상인가 보다. 누군가는 그 아픈 기억 때문에 평생을 괴롭게 사는데도 그 평생의 괴로움은 돈 앞에서 모두 사라진다. 그럼에도 정의를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충분히 돈의 편에 설 수 있었던 그들이 이렇게 정의를 택하고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참 많은 귀감이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권력형 성범죄 사례가 많고 아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 다큐를 보면서 작년에 읽은 <김지은입니다>라는 책이 계속 떠올랐다. 김지은 씨도 역시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다. 가해자는 전 충남 도지사 안희정이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나 또한 그녀에게 가해진 언론의 2차 가해를 믿고 그녀를 의심했었다. 언론의 이야기는 항상 자극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어 이성적으로 정보를 분별하지 않고 그대로 믿게 된다. 참 어리석었다. 우리 모두 권력형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