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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가 말하는 삶의 정수는 바로 이것


안녕하세요 뉴스와 정보를 쉽게 알려드리는 박노트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본 영화 후기를 작성해보겠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보고 약 8년 만에 다시 봤습니다. 개봉 당시 어린 조카들을 놀아주고 함께 데려가서 그런지 기운이 없어 보면서 한참을 졸고 나왔습니다. 영화에서 멋진 상상을 보여줄 때 저는 저만의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죠. 나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했으니 재미없는 영화라고 딱지를 붙였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인생영화라고 할 때 잘 이해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제 친구 중에 이 영화를 깊이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요. 이 영화의 OST 섭렵은 물론 라이프 잡지까지 모으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꼭 다시 봐야지 하고 미루다 2021년까지 왔네요. 역시 많은 사랑을 받는 영화에는 이유가 있더군요. 철부지 대학생이던 당시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직장 생활을 하고 나니 십분 이해가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무 계획 없는 실수투성이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2013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로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습니다. 벤 스틸러가 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 감독도 하는군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주인공 월터 미티는 잡지 회사 <라이프>에서 필름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원입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일탈은 바로 상상하기입니다. 영웅 되기, 좋아하는 여자에게 멋있는 남자가 되어 고백하기 등 현실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상상 속에서 마음껏 즐기죠. 하지만 현실은 누군가 포착한 멋진 순간이 담긴 필름을 작은 구멍으로 몇 시간을 들여보는 것이 하루의 전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폐간을 앞두게 됩니다. 이 폐간지의 표지 사진을 담당한 저명한 사진작가 숀 오코넬은 월터에게 필름을 보내며 25번 사진에 “삶의 정수”가 담겨 있으니 그 사진을 꼭 표지로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25번째 필름은 비어있고 사방을 뒤져 봐도 없습니다.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는 숀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결국 월터는 직접 숀을 찾으러 가기로 합니다. 숀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월터는 점점 상상 속에 빠져 살지 않게됩니다. 툭하면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다른 사람이 말을 해도 듣지 않고 멍하게 살았는데 말이죠. 저 또한 망상을 자주 하는 편이라 월터에게 많이 공감이 됐어요. 월터처럼 말을 못 듣는 정도는 아니지만 직장에서도 수십 번 “갑자기 대지진이 나면 어쩌지?”같은 비현실적인 상상 속에 갇히곤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이 영화를 보니 어쩌면 이런 비현실적인 망상은 너무도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불안을 원하는 우리의 욕망이 상상으로 표출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정된 삶을 위해 매일을 견디며 일을 하는데 사실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불안을 원하고 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요. 인간은 평생 안정과 불안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포주의) 영화를 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명대사가 참 많더군요. 표범을 기다리던 숀 앞에 드디어 표범이 나타났지만 오히려 사진을 찍지 않고 이런 말을 합니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순간 속에 머문다라... 휴대폰이 생기고 나서 제가 순간 속에 머문 적이 있었나 생각하게 됐어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보면 항상 카메라에 먼저 손이 가고 소셜 미디어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더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셔터를 계속 누르기도 하지요. 요즘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쉽지만 옛날만 해도 종이를 구하기 쉽지 않아 기록은 귀한 일이었습니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것이다’라는 말도 있죠. 예전엔 책을 읽다 ‘적자생존’ 즉, ‘적는 사람이 생존한다’라는 문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디 기록만 하나요 좋은 기록을 사람들과 공유해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보여줘야 하지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기술의 발전이 만나 이제는 ‘기록 강박증’이라고 불러도 무색할 만큼 사방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에 따라 휴대폰 용량도 기하급수로 늘어나지만 전 사실 제 앨범에 도대체 무슨 사진과 캡처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방 정리도 못하는 현실에 앨범 정리라니요. 사실 이런 삶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순간 속에 머무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젠 순간 속에 있는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표지를 장식할 사진은 멋진 자연도 유명인사도 아닌 바로 월터였는데요. 숀이 말했던 “삶의 정수”가 바로 월터 미티였습니다. 정수라는 단어의 뜻을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정확한 뜻을 찾아봤습니다. 정수란 “뼈 속에 있는 골수” 혹은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골자 또는 요점.”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사진이 놀라웠던건 앞서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어찌 보면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월터가 상상을 현실화하면서 커플 매칭 사이트에서 연락이 쇄도할 정도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험가의 삶을 살게 되죠. 관객인 저도 보면서 용기는 없지만 일상을 벗어나 닥치는 대로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오히려 숀이 꼭 부탁한 25번 사진이자 마지막 폐간지 커버 장식 사진은 빌딩 사이에서 필름을 들여다보며 일하는 월터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도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경험과 용기이지만 사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필름을 들여다보는 월터’처럼 보내게 됩니다. 영화는 이것이 바로 삶의 정수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일상을 벗어나 도전하라는 메시지만을 말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매일이 도전인 삶? 너무 멋지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기계의 부품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험적인 삶보다 의미와 가치가 없는 삶일까요?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것이 삶의 중심이라고 말하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며 나아가는 것. 그것 또한 모험만큼이나 뜨거운 일입니다. 그들이 그들의 자리에 있어 주었기 때문에 누군가는 모험을 떠나고 그곳에서 포착한 순간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단순히 여행을 떠나 도전해서 가슴 뛰는 삶을 살자고 말했으면 솔직히 실망할 뻔 했습니다. 당장 가방을 싸고 싶은 마음과 달리 현실은 냉정하니까요. 오늘의 행복이 미래를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당장 내야 할 월세와 보험료를 모른 척 하기엔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당장 여행을 떠나는 삶도 별 다른 일 없이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사는 삶도 모두 멋진 삶입니다. 각자가 걸어가는 길에서 겪는 이야기와 그 길을 걸어가는 속도는 모두 다르기 마련이죠. 정답인 길은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월터처럼 인생에서 한번쯤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용기를 품고 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이 아닌 나만의 멋진 길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