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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책 아무튼 요가 후기

아무튼 요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요즘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됐는데 굳었던 몸을 주기적으로 펴니 마음도 몸도 편안해져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요가 관련 책을 빌려 읽게 됐어요. 작가 박상아 님은 현재 요가 강사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요가를 가르치고 계신 요가 강사입니다.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무작정 떠난 뉴욕에서 우연히 친구를 따라가서 들었던 요가 수업에 푹 빠지게 되셨다고 해요. 그 이후로 원래 목표였던 대학 진학보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요가 강사가 되기로 하셨더군요. 당시 영어도 완벽하지 않으셨는데 강사 트레이닝 수업을 무작정 신청하시는 추진력이 참 멋지더라고요. 저는 쓸데없는 완벽주의자라 (완벽함은 있을 수 없는 것인데 말이죠) 무작정 도전하고 보는 그런 추진력이 없습니다. 도전했을 때 마주하는 부족한 제 자신이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사실 그게 성장하는 과정인데도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엔 다양한 요가가 있는지 알게됐어요. 비크람, 빈야사, 아쉬탕가, 하타 등을 비롯해 임산부 요가, 테라피 요가, 키즈 요가 등등 정말 다양하더군요. 저에겐 그저 다리 찢고 구부리고 어려운 동작을 하는 게 요가였는데 말이죠. 더불어 제가 배우고 있는 요가가 빈야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요기(YOGI)라는 단어도 새롭게 알게 됐는데요. 요가 수행자를 요기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요가를 할 때마다 선생님처럼 잘해야지, 더 열심히 늘리고 더 열심히 비틀어야지라는 생각이 저를 지배하는 것 같아요. 더 잘하는 사람이 거울에 보이면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 앞서 말한 쓸데없는 완벽주의가 심신을 수련하는 요가를 배우러 가서도 발동됩니다. 이 책을 앞부분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그때 세상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려는 열정. (중략) 매트를 다닥다닥 붙여서 앞뒤, 양옆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도 누구 하나 싫은 기색 보이지 않고, 서로의 움직임을 타협해가며 그 안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을. 반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만 두리번거리는, 그러다 옆사람과 부딪히면 서로 헐뜯으며 살아온 것이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 정말 공감이 가더라고요. 다음 요가 수업엔 두리번거리지 말고 좀 더 나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책에서 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제가 1년 가까이 앓고 있던 허리 통증의 원인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작가도 앓았던 “이상증후군”인데요. 짧게 설명하면 엉덩이에는 이상근이 있는데 이것이 비대해지면서 신경을 눌러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동반합니다. 집 앞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면 의사는 10초 정도 면담을 하고 바로 물리치료실로 보내 버리더군요. 저는 제 허리가 왜 아픈지 도대체 왜 다리 전체가 저릿저릿 한지 왜 엉덩이 통증도 이따금 찾아오는지 연유를 도통 모르고 찜질만 하면 되는 건가 싶었어요. 근데 이 책을 보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보통 환자의 80퍼센트가 동양인 여성이라고 하는데 그중에 제가 포함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읽은 칼럼에서 남성 위주로 의학이 발달되어 여성의 아픔은 징징거림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동네 정형외과 의사의 태도를 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듯싶습니다. 


이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예순을 훌쩍 넘긴 “성자” 할머니께서 요가를 멋지게 즐기고 계시는 부분이었습니다. 핸드 스탠드 스플릿을 멋지게 해내는 할머님을 보시고 요가 강사인 작가님도 그동안 스스로가 한계를 정해 놓고 사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셨다고 해요. 저는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들이 한계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나름 내가 정한 한계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래서 도전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남들이 한계를 극복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왜 이리 아등바등 힘들게 사나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못하는 일들을 해내는 남들에게 질투 나는 제 감정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네요. 어려운 동작도 멋들어지게 해내시는 “성자”님처럼 저 또한 요가를 하면서 제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것들을 도전하고 싶어 졌습니다. 지금은 비록 해보지 않아 두려운 것들을 즐기고 있는 미래의 제 자신을 기대해봅니다.